앞에는 POOR BE? 를 적고, 뒤로 돌리면 WE ARE BENURD 입니다
앞면에 크게 적은 말은 POOR BE? 입니다. 문장이 아니라 물음표가 붙은 물음이고, 그 물음을 받고 있는 건 가슴 아래 작게 그린 캐릭터 하나입니다. 뒤로 돌리면 WE ARE BENURD 이고, 앞면에서 삿대질하던 손들이 전부 엄지척으로 바뀌어 있습니다.

이 옷에 담은 뜻
앞면에는 손가락질을 받고 우는 아이가 있습니다. 사방에서 손가락이 그 애를 향하고, 눈 밑에는 눈물이 한 줄 붙어 있습니다. 옷 전체가 회색인데 그 눈물만 파란색이라, 옷을 보면 거기가 제일 먼저 보입니다. 크게 쓴 말은 POOR BE? — 불쌍하냐고 묻는 물음입니다. 마침표로 닫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뒤로 돌리면, 그 손들이 전부 엄지척입니다. 같은 손인데 방향만 바뀌었습니다. 울던 아이도 다시 그렸습니다. 뒷면의 아이는 입이 웃고 있고, 한 팔을 높이 들어 흔들고 있고, 가슴에 BENURD 라고 쓰여 있습니다. 뒷면 글자는 WE ARE BENURD — 우리는 비너드입니다.
옷 곳곳의 검은 점은 색이 아니라 뚫린 자리입니다. 찢어지고 낡은 자국이에요. 그런데 뒷면 구멍 하나가 하트 모양이 됐습니다. 상처가 사랑이 된 자리입니다. 메모에는 「많이 하트일 필요 없음」이라고 적어뒀습니다. 우연히 그렇게 된 걸 굳이 다듬지 말자는 뜻입니다.
앞면은 혼자고, 뒷면은 우리입니다. 옷은 앞뒤가 한 장이라 두 면이 동시에 보이지 않습니다. 입은 사람은 자기 등을 못 보고, 뒤에서 보는 사람은 앞면을 못 봅니다. 손가락질받던 아이와 응원받는 아이가 같은 천 앞뒤에 있는데, 한 번에 읽히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이 옷은 돌아서야 읽힙니다.
이 종이는 제가 만들어 올려둔 스케치 템플릿입니다. 옷과 운동화 양식을 A4 한 장씩 그려서 받아 갈 수 있게 뒀는데, 이건 그중 02번 일반 반팔티(레귤러)입니다. 그 종이는 여기서 받을 수 있습니다.
종이 맨 위에 「No 02 일반 반팔티 (레귤러)」, 오른쪽 위에 「BENURD SKETCH TEMPLATE — 02」, 맨 아래에 「BENURD. BE YOURSELF.」와 「PRINT & DRAW — A4」가 인쇄돼 있습니다.
만들어만 두고 저부터 안 쓰면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그래서 한 장 뽑아 그 위에 바로 그렸습니다. 저는 이렇게 씁니다.
미리 적어두면, 여기까지는 시안이고 파는 물건은 아직 없습니다. 종이에 그린 것을 옷 위에 올려본 데까지가 지금까지입니다.
인쇄된 안내문과 제 손글씨가 그대로 겹쳐 있습니다. 「원하는 디자인이나 방향을 위 옷에 스케치」라고 인쇄된 칸 위로 화살표를 그어 올렸고, 그 옆에 「옷 자체 색은」이라고 이어 썼습니다.
종이 맨 아래에 인쇄된 「BENURD. BE YOURSELF.」·「PRINT & DRAW — A4」 줄 밑으로도 손글씨가 두 줄 더 내려갑니다. 칸 안에 맞춰 쓴 자리가 거의 없습니다.
인쇄된 제목 줄 바로 아래에 제 제목을 하나 더 적었습니다. PROJECT POOR BE. 펜으로 바로 눌러 쓴 글씨입니다.

앞면에 크게 쓴 말은 POOR BE? 입니다. 문장이 아니라 물음입니다. 물음표를 왜 붙였는지는 그릴 때도 딱 떨어지게 설명하지 못했습니다. 다만 마침표로 닫지는 않았습니다.
색은 전부 회색 하나로 가기로 했습니다. 메모에도 "디자인 한 그림, 문자들을 전부 회색으로"라고 적어뒀습니다. 예외는 딱 한 군데, 눈물입니다.

앞면에서 그 물음을 혼자 받고 있는 건 작은 캐릭터 하나입니다
가슴 아래에 작게 그린 BE는 점 두 개가 눈이고 몸통에 세로 줄무늬가 있습니다. 눈 밑에 눈물이 한 줄 붙어 있고, 그 눈물만 어두운 파란색입니다. 나머지가 전부 회색이라 옷을 보면 그 한 군데가 제일 먼저 보입니다.

캐릭터 주변으로는 사방에서 손가락이 그 애를 향하고 있습니다. 메모에 "손가락 크기 다양하게"라고 적었습니다. 큰 것도 있고 작은 것도 있고, 방향도 제각각입니다.
그 아래 줄에는 이렇게 적어뒀습니다. "손가락 모양 단정하게 X. 내가 그린 느낌처럼. 낙서처럼. O"

그리다 보면 손을 손처럼 보이게 다듬고 싶어집니다. 그러면 안 된다고 저한테 못을 박아둔 줄입니다. 지금 시안을 보면 손가락이 여전히 손가락 같지 않은데, 그게 맞습니다.
뒤로 돌리면 같은 손들이 전부 엄지척입니다

뒷면 글자는 WE ARE BENURD 입니다. 활 모양으로 크게 눕혀서 적었습니다. 그 주변을 둘러싼 손은 앞면과 같은 낙서 손인데 전부 엄지척이고, 사이사이에 하트도 몇 개 섞여 있습니다. 메모에는 "엄지 각도 다양하게"라고 한 줄 더 적어뒀습니다.
뒷면 캐릭터는 앞면 것을 그대로 쓰지 않았습니다. 종이 아래쪽 여백에 같은 애를 한 번 더 그려놓고 "뒷면 BE는 다시 그린 버전으로"라고 적었습니다. 다시 그린 쪽은 입이 웃고 있고, 한 팔을 위로 들어 흔들고 있고, 가슴에 BENURD 라고 쓰여 있습니다.

앞면은 혼자고 뒷면은 WE 입니다. 그려놓고 나서야 앞뒤가 이어져 읽혔습니다. 처음부터 그 문장을 노리고 나눠 그린 건지는 지금 와서 확실히 말하기 어렵습니다.
옷은 앞뒤가 한 장이라 두 면이 동시에 보이지 않습니다. 입은 사람은 자기 등을 못 보고, 뒤에서 보는 사람은 앞면을 못 봅니다. 물음과 대답이 같은 천 앞뒤에 있는데 한 번에 읽히지는 않습니다.
프린트 말고 옷 자체를 비뚤게 했습니다
종이에 ①②③④ 번호를 찍고 옆에 적었습니다. "옷 자체가 비대칭 ①~④ 처럼 좀 더 긴 느낌."

① 앞면 밑단은 왼쪽이 제일 깊게 내려오고 오른쪽으로 갈수록 얕아집니다. ② 앞면 오른쪽 소매는 커프 아래로 더 길게 뺐습니다. ③ 뒷면은 반대쪽인 왼쪽 소매가 길어집니다. ④ 뒷면 밑단은 전체가 처지고 오른쪽 끝에서 뾰족한 V자로 가장 깊게 떨어집니다.
그림을 비대칭으로 그리는 것과 옷을 비대칭으로 하는 건 다른 얘기입니다. 앞은 프린트 안에서 끝나고, 뒤는 옷의 선 자체가 바뀝니다. 저는 뒤쪽을 적어뒀습니다.
옮기다 보니 ②와 ③은 같은 팔인데 제가 그린 삼각형 깊이가 서로 다릅니다. 앞뒤를 맞춰서 같게 만들 수도 있었는데, 그린 대로 뒀습니다. 그린 그대로 두는 게 이 옷의 규칙이라 자로 재서 맞추는 쪽이 오히려 어긋납니다.
검은 점은 색이 아니라 뚫린 자리입니다
그림 곳곳에 검은 점이 찍혀 있습니다. 프린트가 아닙니다. 메모 첫 줄에 "검은 점은 뚫린 것"이라고 쓰고, 그 위에 작게 "중요"라고 한 번 더 덧썼습니다. 앞뒤 둘 다입니다.

원단은 하드워싱입니다. 같은 줄에 "검정색과 회색을 섞은 색인데 검정에 매우 가까운 색"이라고 적어뒀습니다. 그 위에 올라가는 건 회색 잉크 하나뿐입니다.

뒷면 구멍 하나가 조금 하트처럼 생겼습니다. 그것도 메모에 적어뒀는데, 뒤에 "많이 하트일 필요 없음"이라고 붙였습니다. 우연히 그렇게 된 걸 굳이 하트로 다듬지 말라는 뜻입니다.
낡아서 뚫린 것처럼 보여야 하는 구멍을 제가 자리를 정해서 뚫는다는 게 좀 이상하긴 합니다. 그래도 자리는 정해야 합니다.
색은 회색 하나, 글자는 그린 그대로
메모 마지막 줄은 이렇게 끝납니다. "POOR BE?, WE ARE BENURD 문자 절대 모양변경 X. 저대로. 내가 그린 대로." 한 줄 안에서 세 번 말한 셈입니다. 손으로 쓴 글자를 폰트로 바꾸거나 획을 정리하면 이 옷은 그냥 검은 티셔츠가 됩니다.

그렇다고 전부 잠가둔 건 아닙니다. 중간에 "모양 너무 이상한 건 수정 OK"라고도 적어뒀습니다. 다 지키라는 게 아니라, 어디까지 손대도 되는지 선을 그어둔 것에 가깝습니다. 글자와 손은 건드리지 말고, 나머지는 봐서 고치라는 정도입니다.
원하는 회색은 펜으로 먼저 찾았습니다. 종이 오른쪽 여백에 회색 펜으로 엄지척 두 개를 시험 삼아 그려놓고 "이 펜 색이 더 가깝다"고 적어뒀습니다. 머릿속 회색을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종이에 두 번 그어보는 게 빨랐습니다.

메모와 다르게 간 곳이 한 군데 있습니다. 소매에 그린 양방향 화살표입니다. 종이에는 "하얀색으로"라고 적어놨는데, 나중에 회색으로 바꾸기로 정했습니다. 적어둔 것과 결과가 어긋나는 곳은 여기 하나뿐이라 지우지 않고 그대로 남겨둡니다.
참고로 그 줄에서 저는 화살표를 "회살표"라고 썼습니다. 제 글씨를 제가 다시 읽는 데도 시간이 걸렸습니다.
뒷면 글자 위에만 하늘색으로 한 번 덧칠해뒀습니다. 그 색으로 뽑으라는 뜻은 아니고, 여기는 건드리지 말라는 표시입니다.
종이에서 옷으로 올려놓고 알게 된 것
시안은 스케치의 획을 그대로 떼어내 옷 위에 얹는 방식으로 만들었습니다. 다시 그리지 않았습니다. 종이에서 삐뚤었던 선은 옷에서도 삐뚤어야 하고, 그게 목적이었습니다.
올려놓고 나서 보인 것도 있습니다. 종이 위에서는 캐릭터 옆에 붙은 작은 낙서였던 손가락이, 옷 크기로 커지니 실제 손만 해졌습니다. 가슴 앞에서 손 하나가 사람을 가리키고 있는 셈입니다. 종이에서는 그 정도로 안 보였습니다.
아직 실물은 없습니다. 화면에서 본 회색과 원단 위 회색이 같을지, 뚫린 자리가 저 크기로 남을지는 아직 모릅니다. 확인하면 그때 다시 적어두겠습니다.
궁금해하실 것 같아서
티셔츠 그림, 손으로 그려도 되나요?
손으로 그린 그림을 그대로 써도 됩니다. 저는 앞뒤 도식이 인쇄된 종이 템플릿에 펜으로 바로 그렸고, 그 획을 떼어내 시안 위에 그대로 올렸습니다. 깔끔하게 다시 그리는 과정은 넣지 않았습니다. 삐뚠 선을 남길지 정리할지는 취향 문제이고, 저는 남기는 쪽으로 정했습니다.
옷을 비대칭으로 하면 뭐가 달라지나요?
비대칭은 프린트가 아니라 옷 자체를 건드리는 일입니다. 저는 소매와 밑단 길이를 좌우 다르게 잡았고, 종이에 ①~④ 번호를 찍어 어디를 얼마나 늘릴지 그림으로 표시해뒀습니다. 앞면은 밑단 왼쪽이 깊고, 뒷면은 오른쪽 끝이 V자로 가장 깊습니다. 말로 적으면 헷갈려서 번호와 삼각형으로 그려두는 편이 낫습니다.
이 티셔츠 살 수 있나요?
판매 계획은 세워둔 것이 없고, 출시 일정이나 알림 안내도 준비해둔 것이 없습니다. 이 글은 종이에 그린 스케치를 화면 시안으로 옮겨본 기록입니다. 실물 옷은 아직 없습니다.
옷에 있는 검은 점은 프린트인가요?
프린트가 아니라 뚫린 자리입니다. 메모 첫 줄에 「검은 점은 뚫린 것」이라고 쓰고 그 위에 작게 「중요」라고 한 번 더 덧썼습니다. 앞뒤 둘 다이고, 뒷면 구멍 하나는 우연히 하트처럼 생겼는데 거기에는 「많이 하트일 필요 없음」이라고 붙여뒀습니다. 낡아서 뚫린 것처럼 보여야 하는 구멍을 자리를 정해서 뚫는 셈이라 좀 이상하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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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처음 시작하려는 분께
저는 스물두 살이고, 이게 처음 만든 옷입니다. 그림도 배운 적 없고, 글씨도 못 씁니다. 교본 세 권 사서 열흘 동안 선 긋기부터 다시 했고, 로고 굵기도 못 맞췄습니다. 그 과정을 다 홈페이지에 적어두고 있습니다.
브랜드를 하려면 뭐가 있어야 하는 줄 알았는데, 시작해보니 A4 한 장과 펜이면 됐습니다. 잘 그려야 하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손가락을 손가락처럼 다듬고 싶어질 때마다 메모에 적어둔 줄을 다시 봅니다. 「손가락 모양 단정하게 X. 낙서처럼 O.」
지금 앞면에 있어도 괜찮습니다. 뒤로 돌리면 됩니다.
그게 이 옷 한 장에 넣고 싶었던 말 전부입니다.
📥 이 종이는 그대로 받아 가실 수 있습니다 — benurd.com/sketch-template
영상으로도 남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