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처럼 써 보고 싶어서 — 글씨 교정 책 세 권과 열흘
선 긋기를 연습하다 글씨도 해 보자 싶어 난생 처음 글씨 교정 책 세 권을 샀습니다. 열흘 매일 쓰고 편지지를 세로로 놓고 적어 봤습니다.
드로잉 독학 No.1이 선 긋기였습니다. 짧은 선에서 긴 선으로, C라인과 S라인. 그 선을 계속 긋다가 문득 글씨도 한번 잘 써 보자 싶었습니다.
그래서 난생 처음 글씨 교정 책을 샀습니다. 세 권입니다.
산 글씨 교정 책 세 권
- 손글씨 한글쓰기 — 글씨 교정 필사 노트기준선을 놓고 자모부터 다시 잡는 책입니다.
- 예쁜 손글씨에 아름다운 시를 더하다시를 따라 쓰면서 연습하는 책입니다.
- 한글 펜글씨 교본펜글씨 기본을 훑는 교본입니다.



표지에서 출판사 표시는 가렸습니다. 파는 것도 아니고 광고도 아니라, 무슨 책으로 연습했는지만 보여 드리려고 올립니다.
세 권을 고른 기준 같은 건 없었습니다. 글씨를 배워 본 적이 없어서 무엇이 좋은 책인지도 몰랐고, 그냥 눈에 들어오는 것을 집었습니다. 한 권은 자모부터, 한 권은 시를 따라 쓰는 쪽, 한 권은 교본이었습니다.
그림도 그랬습니다. 연습장을 만들 때도 어떤 순서가 맞는지 몰라 제가 막히는 순서대로 잡았습니다. 글씨도 같은 식으로 시작했습니다.
매일 썼습니다
사서 쌓아 두지 않고 정말 매일 썼습니다. 특별한 방법은 없었고 그냥 책을 펴고 따라 썼습니다.
선을 그을 때와 다른 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선은 길게 그으면 손이 풀리는데, 글씨는 한 글자 안에서 몇 번이나 방향을 바꿔야 해서 자꾸 흔들렸습니다.
열흘 뒤, 편지지를 돌려 놓고
열흘쯤 지나서 마음에 담아 둔 문장을 편지지에 옮겨 적어 봤습니다. 두 장 올립니다.
두 장 다 가로로 된 보통 편지지입니다. 세로로 된 편지지는 팔지 않아서 종이를 세로로 놓았습니다. 그러면 가로줄이 그대로 세로줄이 됩니다. 한 장은 그 줄을 따라 썼고, 한 장은 뒤집어서 줄이 없는 면에 썼습니다.


정말 제가 직접 쓴 것이 맞습니다. 날짜 아래에 제 이름을 적었는데 그 부분만 지웠습니다 — 아직 이름을 밝히지 않기로 해서 그렇습니다.
적은 글은 제 문장이 아닙니다. 하태완 작가의 에세이집 『모든 순간이 너였다』에 실린 문장 두 편을 옮겨 적은 것입니다. 왼쪽 아래에 남아 있는 이름은 그 작가의 이름이고, 글의 주인이라 지우지 않았습니다.
문장 자체는 여기에 옮겨 적지 않습니다. 남의 글이라 그대로 퍼뜨릴 자리가 아니고, 이 기록에서 보여 드릴 것은 제 글씨이기 때문입니다. 읽고 싶으시면 그 책에서 보시는 편이 맞습니다.
편지지는 줄이 있는 대로 가로로 써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고정관념을 한번 바꿔 봤습니다. 먼저 종이를 세로로 놓아 가로줄을 세로줄로 썼고, 그다음에는 아예 뒤집어서 줄이 없는 면에 써 봤습니다.
줄이 없으면 흐트러질 줄 알았는데 그냥 써졌습니다. 열흘 전이었다면 사방으로 휘었을 겁니다. 줄은 종이에 있는 게 아니라 손에 생기는 것 같습니다.
세로로 놓은 이유도 있습니다. 가로로 쓰면 줄이 아래로 처지는 게 바로 보이는데, 세로로 쓰면 글자 하나하나의 중심이 보입니다. 잘 쓴 것처럼 보이려고가 아니라 어디가 틀어졌는지 보려고 세로로 놓았습니다.
아직 멀었습니다
열흘 연습한 것치고는 나아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잘 쓰려면 시간이 훨씬 더 듭니다. 한 장을 쓰고 나면 뒤로 갈수록 흐트러지는 게 그대로 보입니다.
제가 목표로 삼은 건 멋진 캘리그라피가 아닙니다. 할아버지 글씨입니다. 옛날 어른들의 글씨는 꾸미지 않았는데도 반듯합니다. 그게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라는 걸 열흘 만에 알았습니다.
더 연습해서 할아버지보다 조금 더 잘 써 보려고 합니다.
왜 이걸 기록하나
브랜드와 직접 상관없는 일 같지만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BENURD의 로고 글씨는 그날 손에 잡히는 펜으로 씁니다. 손이 흔들리면 그것도 그대로 나갑니다. 손글씨가 브랜드의 재료인 셈입니다.
그리고 잘 안 되는 것도 그대로 적어 두기로 했습니다. 이것도 그중 하나입니다.
궁금해하실 것 같아서
글씨 교정 책은 어떤 걸 사야 하나요?
저는 고르는 기준이 없어서 눈에 들어오는 것으로 세 권을 집었습니다 — 자모부터 잡는 필사 노트, 시를 따라 쓰는 책, 펜글씨 교본입니다. 배워 본 적이 없으면 성격이 다른 것을 몇 권 두고 시작해도 괜찮은 것 같습니다.
글씨 연습은 며칠이나 해야 하나요?
저는 열흘 매일 썼습니다. 나아지긴 했지만 잘 쓰려면 시간이 훨씬 더 듭니다. 한 장을 쓰고 나면 뒤로 갈수록 흐트러지는 게 그대로 보입니다.
선 긋기 연습과 글씨 연습은 다른가요?
다릅니다. 선은 길게 그으면 손이 풀리는데, 글씨는 한 글자 안에서 몇 번이나 방향을 바꿔야 해서 자꾸 흔들립니다.
왜 편지지를 세로로 놓고 썼나요?
세로로 된 편지지는 팔지 않습니다. 그래서 가로로 된 보통 편지지를 세로로 놓았고, 그러면 가로줄이 그대로 세로줄이 됩니다. 가로로 쓰면 줄이 처지는 것만 보이는데 세로로 쓰면 글자 하나하나의 중심이 보여서 그렇게 했습니다.
편지지에 적은 글은 누구 글인가요?
하태완 작가의 에세이집 『모든 순간이 너였다』에 실린 문장입니다. 제 글이 아니라 옮겨 적은 것이고, 왼쪽 아래 이름은 그 작가의 이름입니다. 문장은 이 글에 옮겨 적지 않았습니다.
이 글씨는 직접 쓴 것인가요?
글씨는 제가 직접 썼습니다. 글씨 교정 책 세 권으로 열흘 연습한 뒤에 쓴 것입니다. 다만 문장은 제 글이 아니라 하태완 작가의 에세이집 『모든 순간이 너였다』에 실린 것을 옮겨 적었습니다. 왼쪽 아래 이름은 그 작가의 이름이고, 문장 자체는 남의 글이라 여기에 옮겨 적지 않았습니다.
손글씨가 브랜드와 무슨 상관인가요?
BENURD의 로고 글씨는 폰트를 정해 두지 않고 그날 손에 잡히는 펜으로 씁니다. 손이 흔들리면 그대로 나갑니다. 손글씨가 브랜드의 재료인 셈입니다.
함께 읽으면 좋은 기록
- 그림을 다시 배우기로 했습니다 — 선 긋기부터 시작한 연습장
- BENURD라는 이름은 어떻게 정해졌나 — 손으로 쓴 글씨에서 시작한 로고
- 규칙이 생겼습니다 — 서체를 정하지 않기로 한 이야기
영상으로도 남겼습니다 (2편)